[김용훈의 먹고사니즘]
충치치료에만 수십만원...치과, 대부분 '비급여'
상품성 떨어지고 인체 유해논란 있는 '아말감'만 '급여'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에 '치과' 보험적용 현실화해야
충치치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며칠 전부터 물만 마셔도 이가 시려 힘들었던 직장인 A씨(43)는 어렵게 오후 반차를 내 치과를 찾았다 화들짝 놀랐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동네치과 원장은 “충치가 있다”고 했다.
“충치가 치아 사이에서 발생해 긁어내고 보철로 떼워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치과 직원의 “인레이로 하면 35만원”이라는 말을 듣고선 고민에 휩싸였다. “건보 적용이 되는 건 없냐”고 물었지만, 그 직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 A씨는 “고민해보고 다음에 오겠다”며 시린 이를 부여잡고 치과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치통, 산통·요로결석과 함께 '3대 통증'
‘치통’은 아이를 낳을 때 느끼는 산통, 요로계에 결석이 발생하는 요로결석과 함께 의료계 3대 통증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A씨처럼 충치가 생겨 치통이 생겨도 ‘헉’ 소리나는 치료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치과에서 받는 치료의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이기 때문입니다.
미용 목적이 아닌 치통을 다스리기 위한 치료인데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건강보험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인데, 건강보험에선 3대 통증 중 하나인 치통을 외면하니 치과는 ‘건보 사각지대’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엑스레이 4만원? “종류마다 달라요”
[네이버카페 캡처]
A씨 사례처럼 치통이 있어 동네치과를 처음 가면 엑스레이 촬영을 하게 됩니다.
치과진료를 위해선 잇몸뼈나 치아 같은 조직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치과 엑스레이’로 검색만 해봐도 그 가격에 대한 불만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치과 엑스레이는 종류에 따라 또 평일이냐 공휴일이냐에 따라 금액 산정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과 엑스레이는 치근단, 파노라마, 세팔로, CT 등 크게 4개로 나뉩니다.
질환 때문에 촬영하는 경우 치근단, 파노라마는 보험이 적용됩니다.
CT는 사랑니 발치 시 보험 적용이 가능합니다.
치아교정이나 양악수술 전 촬영하는 세팔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엑스레이입니다.
당연히 비싸고 병원마다 편차가 클 수 있습니다.
인체 유해논란 있는 ‘아말감’만 보험
[네이버지식인 캡처]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나면, 치과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짚어가며 통증의 원인을 설명해줍니다.
치통의 원인이 충치라면 치아 상태와 단계에 따라 아말감, 레진, 인레이, 크라운 등의 치료방법이 달라집니다.
충치가 진행돼 비교적 충치의 범위가 넓다면 보철로 떼우는 인레이, 씌우는 치료인 크라운을 선택해야 하는데, 문제는 인레이와 크라운은 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일하게 보험이 적용되는 ‘아말감’은 치과에선 잘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말감을 치아에 떨어지지 않게 붙이려면 적절한 형태로 치아를 깎아낸 후 채워야 하는데 다른 재료에 비해 많이 깎아야 합니다.
짙은 은색을 띄고 있어 ‘티가 난다’는 것도 단점이죠.
무엇보다 아말감은 수은을 합해 합급으로 만드는데, 이 수은이 인체 유해하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사용이 제한되고 있죠. 레진은 아말감과 비교해 색이 다양하고 치아와 접착도 되지만, 만12세 미만일 경우에만 보험이 적용됩니다. 충치치료에 기십만원이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치아 1개당 치료비 평균 57만원…치아보험은 필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아 1개당 치료비는 평균 57만원에 육박합니다.
이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치아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신용정보원이 4년 전인 2019년 발표한 통계만 봐도 치아보험 가입건수는 그 해 6월말 기준 444만건입니다.
치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치아보장특약을 보유한 개인까지 포함할 경우 치아보험 또는 치아보장특약 가입건수는 870만건에 달합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소득의 7.09%를 의무보험인 건강보험에 납부하고 있음에도 치과에선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니, ‘알아서 내 치아와 재산’을 보호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웃지 못할 상황은 또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치아보험은 보험업계에서 도덕적해이가 가장 심한 상품 중 하나입니다.
치과질환은 다른 질병에 비해 어느 정도 발생 여부에 대해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보험사들이 치아보험에 면책기간(보험 가입 후 보험금을 주지 않는 기간)을 3개월 이상 적용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 개편에 빈도 잦은 충치부터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에서 내놓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에서 ‘과잉 의료이용’을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가 필요한 주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을 별다른 조건 없이 적용하는 ‘일률 급여화’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을 불필요하게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축소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건강보험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겠죠.
이 때문에 이젠 쓰지도 않는 ‘아말감’을 버리고 ‘레진’ 등을 급여 항목에 포함시키는 등 치과 급여 항목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치과의사들도 이견이 없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치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국회 여·야 정당 정책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김용훈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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