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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촉진2-1구역 GS건설과 결별

짱조아 2 2023. 6. 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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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평)당 공사비 '1000만원'…

부산시민공원 재개발, GS건설과 결별

[정비록] 부산시민공원 촉진2-1구역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재개발 촉진 2-1구역 전경./사진=정영희 기자

부산 지하철 1호선 부전역에서 5분 거리로 부산의 셀트럴파크로 불리는 부산시민공원.

이 지역 주택가는 뒤쪽엔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앞엔 공원이 있어 '공세권'이란 표현이 맞는 곳이기도 하지만 느린 재개발 탓에 주거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시민공원 부지는 독립 이후 2010년 반환 전까지 주한미군 부산사령부와 하야리아 미군기지 등으로 이용됐다.

미군기지 주변 지역은 개발이 제한된 탓에 인근 주택가는 오랫동안 노후화와 씨름했다.

2007년 부산시는 시민공원 일대를 시내 유일의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총 43만6378㎡ 면적에 8000가구 이상을 조성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부산 최대 '숲세권' 아파트를 만든다는 목표다. 1~4구역은 재개발을 추진 중이며 1·2-1·3구역은 '8부 능선'으로 여겨지는 사업시행계획인가도 받았다.


'슬럼화' 우려에 안전 문제까지… 시급한 재개발


이 중 공원과 역 사이 가장 알짜 자리에 위치한 것으로 꼽히는 곳은 2-1구역이다.

지난 5월 말 찾은 이 구역은 낡은 집과 가게들이 즐비했다.

외벽은 물론 페인트칠이 그대로인 건물은 거의 없었다.

2층 이상 높이의 건물이 전무하다보니 골목 끝에서 건너편까지 훤히 보였다.

좀 더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돼 보이는 점포들이 여럿 있었다.

녹밖에 남지 않은 철근과 다 찢어져 펄럭거리는 청록색 천막이 마을 연식을 가늠케 했다.

58층 높이를 자랑하는 맞은편 오피스텔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재개발 촉진 2-1구역 골목 모습. 낡은 주택가 외벽이 눈에 띈다./사진=정영희 기자

무엇보다 주민이나 행인의 안전이 우려됐다. 빈집도 많고 골목은 워낙 꼬불거려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치안 문제가 생길 법했다.

부전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샛길이 없어 직선거리는 300미터 남짓임에도 골목을 빙 돌아 나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촉진2-1구역은 부산진구 범전동 263-5번지 일대로 전체 면적은 13만6727㎡이고 대지면적은 4만8000㎡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지하 5층~지상 69층 아파트 1902가구와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짓는 내용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 지역 재개발도 첫 발을 뗀 시점부터 벌써 20여년이 흘렀다.

2004년 재개발추진위원회 설립 후 2007년 정비구역 지정,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나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초고층 반대' 넘어섰더니 이번엔 '학교 이전'


첫 번째 암초는 층수였다. 2-1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지난 2018년 부산시 경관위원회 심의에서 두 차례 고배를 들었다.

부산시는 2008년 당시 시민공원 주변 지역을 60~65층의 초고층 아파트로 재개발한다는 내용의 재정비촉진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공원이 조합원만을 위한 공간으로 사유화될 수 있고 일조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 오거돈 전 시장이 "시는 2008년 시민공원 주변 지역에 과도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승인해주는 우를 범했다"고 밝히며 문제가 확대됐다.

2018년 말 시민공원 인근 재정비촉진사업의 공공성 확보를 목표로 하는 '시민자문위원회'가 구성, 최고 층수를 65층에서 35층까지 대폭 낮추고 용적률 또한 10% 줄이는 것이 좋다는 대안을 내놨다.

당시 1~4지구 조합 연합 측은 "근거 없는 시민자문위원회를 해체하고 11년 전 시가 결정 고시한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 촉진계획을 준수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1년여간의 난항 끝에 2019년 10월 부산시는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의 합의안을 마련했다.

조합과의 대화를 통해 종전 29개동이던 초고층 건물을 22개동으로 줄이고 35층 이하의 저층 건물을 1개동에서 18개동으로 늘리기로 했다.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재개발 촉진 2-1구역에서 부전역으로 향하는 길목./사진=정영희 기자

학교 이전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시는 2008년 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계획을 통해 하야리아 미군부대 부지 쪽으로 튀어나온 지역내 주민들을 성지초등학교와 부산진중학교 쪽으로 이주시켰다. 대신 학교는 현재 시민공원 옥외주차장 일부와 촉진3구역 범전시영아파트 부지로 이전키로 결정했다. 공원 정형화와 도로 신설 등을 위해서다.

학교 이전 문제가 2-1구역과 3구역에 걸쳐 있다 보니 교육부와 시, 조합 간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범전시영아파트가 철거를 마치고 완전히 나대지가 돼야 설계를 추진할 수 있다는 답변만 전했다"며 "빈 땅에 학교 건물을 올리려면 최소 3년은 걸리다 보니 설계라도 먼저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구해 왔다"고 전했다.

중앙투자심사는 지방교육재정의 계획·효율적 운영과 각종 투자 사업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는 절차다. 이 문턱이 높아 과밀학급 문제를 겪는 신도시나 시민공원 재정비촉진지구처럼 학교 이전이 시급한 지역에 학교를 적기에 공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월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교육부령)'을 개정, 학교 이전 신설 등을 추진할 때 중앙투자심사 대신 시·도교육청 자체투자심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이달 5일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사진=독자 제공

부산시교육청은 6월2일 이 지역 학교이전 자체 투자 심의에 대해 '적정의견'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제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나 학교설립 예산안 심의, 시설공사 시전기획·설계·입찰·계약체결 등 학교 이전을 위해 필요한 그 다음 조치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들은 "이제 촉진3구역과 범전시영아파트 이주·철거를 사이에 둔 논의만 빨리 진행한다면 재개발에도 속도가 붙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 학교 이전 날짜를 확정할 순 없는 상태다. 부산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이전은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범전시영아파트 철거와 토지 정비 등이 선행돼야 착공이 가능하다"며 "촉진3구역 내 학교 건물을 새로 올린 후에야 현재 성지초와 부산진중 학생들도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려줘" vs "못 내려"…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에 등 터지는 조합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았다. 조합은 지난 6월17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공사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지난 3월 말 GS건설은 공사비로 3.3㎡당 987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 경우 총 공사비는 약 1조3807억원이 된다.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불린 대치동 은마(3.3㎡당 700만원)나 서초 알짜 입지로 꼽히는 방배신동아 재건축(3.3㎡당 732만원)보다도 30~40% 이상 비싸다.

이를 둘러싸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합과 "더 이상 공사비를 깎을 순 없다"는 GS건설 간 맞서왔다. 양 측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각각 800만원대와 900만원대다. GS건설 관계자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인상된데다 해당 사업장은 초고층(최고 69층)으로 공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군데군데 폐건물이 보이는 부산 부산진구 시민공원 재개발 촉진 2-1구역의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조합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새 시공사 선정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예상보다 좀 미뤄질 순 있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거의 3.3㎡당 1000만원인데 분양가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냐", "차라리 빨리 바꾸는 게 낫다"며 시공사 교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공사의 경우 사적 계약으로 공사비 검증 등의 문제를 풀어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계약서대로 하거나 쌍방 합의를 거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나 건설 자재 등 수요·공급망 문제가 생길 때는 향후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건설공사의 계약사항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지는 '맑음'… 추진 속도는 '흐림'


갈 길은 멀지만 촉진2-1구역 사업성은 높다는 평가다. 조합원 수는 350여명인데 비해 건립 예정 가구수는 1900가구가 넘어 조합원 부담금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일반 상업시설도 대규모로 생겨나는 데다 도보 거리에 공원과 이전 예정인 학교를 끼고 있어 입지에서의 이점이 높다.

부산시가 부전역을 복합환승센터로 바꾸는 안을 고려하고 있고 사상구 감전동에서 해운대구 송정동까지 22.8㎞를 잇는 지하 대심도 고속도로 공사 중이다. 현재 이 지역 전용면적 88.51㎡(지상 2층) 단독주택 호가는 9억~9억5000만원 선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원을 만들 때 시에 땅을 수용당한 뒤 조합원 권리를 회복한 이들이 내놓은 매물은 비과세여서 더욱 인기가 많다"며 "투자 이익률이 높을 것이란 예상 때문인지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프리미엄이 평균 4억원가량"이라고 귀띔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토지를 수용당한 자가 부동산 등을 대체취득하거나 환매권을 행사하는 경우 취득세가 감면되거나 아예 비과세된다. 재개발 조합원 자격은 관리처분계획인가 후부터 거래가 제한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민공원 재개발촉진지구는 입지로만 봤을 때 매우 좋은 사업지"라며 "문제는 공사비 분쟁으로 해결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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