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살면서 ②빨리 ③부분만 고쳐요... 인테리어 업계 '위기탈출 3계명'
아파트 거래량 급감에 집 고치는 수요 '뚝'
'살면서 부분 시공' 전략으로 돌파 시도
18일 인테리어 자재 상점이 몰려 있는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장태영 장미벽지 부장이 한산한 시장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코로나 기간 2년엔 한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시공을 계속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인테리어 성수기인 가을인데도 이렇게 한가하네요."
장태영 장미벽지 부장의 말처럼,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 거리는 한산했다. 수도권에서 가장 큰 인테리어 자재 시장으로 꼽히는 이곳은 부동산 거래 실종의 찬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20여 년간 벽지, 바닥재 등 인테리어 자재를 판매해 온 장 부장은 "올 가을 매출이 역대 최악"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가 안 되니 이사하는 사람도 없고, 자연히 인테리어 수요도 급감했다.
찬바람 부는 방산시장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을 내기도 어려워졌다. 그는 "작년에는 바닥재 한 묶음에 21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28만 원"이라면서 "침체가 끝나려면 부동산 규제도 완화돼야지,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나야지, 물가도 안정돼야지, 하여튼 산 넘어 산"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삭풍은 갑자기 불어왔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 가꾸기에 몰두하고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나 '새 집 꾸미기' 열풍이 뜨거웠을 때, 이곳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고 올해 3월부터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뚝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잿값, 인건비, 운임비까지 상승했다.
휴업 중인 채로 인테리어 자재를 쌓아놓은 방산시장 벽지 상점 내부 모습. 고영권 기자
시장에는 아예 영업을 중단했거나, 임대 문의 쪽지를 붙인 상점도 쉽게 눈에 띄었다. 방산시장에서 시공 용품을 판매하는 정모(49)씨는 "경기가 워낙 침체돼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다고 금세 시장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언제 경기가 풀릴지 몰라 아예 가게를 내놓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 김모(70)씨도 "방산시장은 전문 자재시장이라 원래 상가 공실이 거의 없는 편인데도 요새는 공실이 제법 있다"면서 "가게를 내놓는다는 건 경기 개선 기대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량에 묶인 인테리어 시장
상인들 말처럼 인테리어 매출은 주택 거래량과 함께 움직인다. 공인중개업, 가전 판매, 이사 서비스와 마찬가지다. 매매나 전·월세 거래 후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수요가 인테리어 시장의 호황과 불황을 결정하는 요소다. 그러나 전국 주택 거래량은 2020년 4분기 정점(34만9,808건)을 찍은 뒤 계속 추락해, 올해 3분기에는 10만7,534건에 그쳤다.
주택 매매량과 가구제조업 업황 변화.
주택 거래가 3분의 1로 줄어드니 대형 인테리어 회사도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홈리모델링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계 1위 한샘은 3분기 매출액이 4,7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 전환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33.2%를 차지하는 홈리모델링 부분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쪼그라들었다. 한샘에서 자재를 공급받는 한 대리점 관계자는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리모델링 전시장을 찾는 고객 자체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실제 시공 건수도 보통 가을 성수기에 10건에 달했는데, 지금은 두세 건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한샘의 리모델링 대리점 리하우스에서 인테리어 상담이 진행 중이다. 한샘 제공
3일에 끝나는 시공 패키지까지
그래서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한샘 관계자는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이사를 하지 않아도, 살면서 부담 없이 고칠 수 있는 부분 시공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 공사(부엌, 욕실, 방문, 현관 중문), 5일 공사(3일 공사+붙박이장, 현관장, 마루) 패키지 등 부분 시공으로 공기를 단축시키는 전략이다. 공사 기간 동안 숙박권을 주거나, 짐과 가구를 보관할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도 부엌만 부분 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전체 리모델링이 아닌 부분 시공을 원하는 수요를 반영해 벽지·바닥재·조명은 자체 자재 브랜드를 출시해 판매한다. 전체 리모델링 상품을 선택하지 않아도, 자재만 따로 구입해 일부분만 직접 시공을 하거나 집 근처 시공 업체에 공사를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아파트멘터리 관계자는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전략으로 버티는데도 한계는 있다. 양천구 목동에서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사상철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 회장은 "집값이 오를 때 집도 사고 인테리어 공사도 하는 게 소비자들 심리"라면서 "임시방편으로 부분 시공을 할 수 있겠지만 단가도 낮고 이익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 회장은 "내년까지 경기가 좋지 않으면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에 진입했던 업체들의 폐업이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고쳐가며 사는 '부분 인테리어' 방식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테리어 플랫폼 '하우스핏'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안가본길'의 김경준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은 50년 넘은 주택도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부엌, 화장실 등을 시차를 두고 계속 고쳐 나간다"면서 "한국도 이런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해외 선진국에서는 살고 있는 집을 스스로 수선(DIY)하는 인테리어 산업이 발전해 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인테리어 시장도 그에 맞게 다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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