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증여로 손주
10억 종잣돈 만들기
손자 손녀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통상 증여세율에 30%를 할증하여 과세한다. photo 뉴시스
휴대폰 바탕화면에 손주 사진을 깔고 통화를 하면서 전화기에 뽀뽀를 하는 모습은 손주를 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를 못한다.
이렇게 예쁜 손주들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것이 조부모의 마음일진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손주들을 위해 종잣돈을 만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
요즘처럼 인간수명이 길어지고 노령층에게 재산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부모의 재산이 자녀뿐 아니라 손자 손녀들에게도 흘러가게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좋다.
물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는 물려주어야 할 재산의 크기도 상당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따지고 고민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손자 손녀들에게 물려줄 때는 부담없이 흔쾌히 물려줄 생각을 가진 조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손자 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행 세법은 손자 손녀들에게 증여나 상속을 할 경우 30%(20억원이 넘으면 40%)의 세금을 할증하고 있다.
법을 고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일이니 우리는 그저 현행 세법 테두리 안에서 현명하게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증여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낮은 경우
첫째는 증여세율의 활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증여를 받는다고 무조건 50%의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증여금액에서 증여공제를 차감한 증여세
과표가 1억원이면 증여세율은 10%이고,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단 손자 손녀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위 세율에 30%를 할증하여 과세한다.
예를 들어 성년인 손자 손녀에게 1억5000만원을 증여하면 5000만원을 공제한 1억원에 대해 기본세율 10%와 여기에 할증세율 3%를 합쳐 13%의 증여세율이 적용돼 13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만약 5억5000만원을 증여하면 증여공제 5000만원을 차감한 금액 5억원에 대해 우선 1억원에 대해서는 13%, 1억원 초과 5억원까지의 4억원에 대해서는 26%의 증여세율이 적용되어 총 1억17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자녀를 할아버지나 할머니 회사에 1년간 근무시키고 연봉을 주면 어떨까.
연봉 1억5000만원을 줄 경우 적용세율은 38%다.
여기에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41.8%를 부담하여야 하니 당연히 증여세율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손자 손녀가 어떠한 경우든 돈을 벌어 소득세를 낼 경우 5억원을 벌었다면 적용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하여 44%인데 증여세율은 20%이니 증여세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증여세의 최고세율은 50%이므로 소득세율보다 높지만 5억원까지는 20%, 10억원까지는 30%이기 때문에 소득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증여세율을 잘 활용하면 좋은 절세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금을 좀 안다는 상당수 사람들은 증여공제 금액까지 증여를 할 경우 증여세가 없으니 증여공제 금액 한도까지만 증여를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이건 맞는 말일까.
증여공제를 초과하여 증여한 금액이 1억원까지는 13%, 1억원 초과 5억원까지는 26%이니 굳이 증여공제 금액만큼만 증여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증여세율을 활용하여 추가 1억원을 더 증여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절세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손자 손녀가 태어났을 때 1억2000만원을 증여하고 10세에 또 1억20000만원을 증여한 후 20세에 1억5000만원을 주고 30세에도 1억5000만원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증여세는 매번 1300만원씩 4번에 걸쳐 5200만원을 내야 한다.
전체 증여받는 금액은 5억4000만원이다.
이 경우 증여받을 때마다 세금 1300만원을 공제한 잔액을 적절하게 투자할 수도 있다.
또 은행에 정기예금을 한다면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3년 만기의 경우 4.6%이니 위에서 증여받은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30년 후에 찾는다면 10억여원의 종잣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본인이 투자 또는 소비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자금이 될 수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누가 먼저? 증여 순서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증여공제 방법의 활용이다.
이 경우 누구로부터 먼저 증여받느냐를 따져야 한다.
예컨대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로부터 자금을 증여받는다면 누구에게 먼저 증여를 받는지에 따라 부담하여야 할 증여세가 달라진다.
증여공제는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모든 증여에 대해 10년 동안 총 5000만원을 공제받는다.
이 5000만원의 증여공제는 증여받는 순서대로 공제를 하게 된다.
위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손자 손녀에게 증여를 한 경우 30%를 할증과세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동일한 금액을 조부모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는다면 증여받는 순서에 따라 30% 할증과세되는 금액이 달라져서 세부담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조부모로부터 1억원, 부모로부터 1억원 등 총 2억원을 증여받기로 한 경우 부모로부터 먼저 증여받고 후에 조부모로부터 증여를 받게 되면 부모 증여 1억원에서 증여공제 5000만원을 차감한 5000만원에 대해 10%인 500만원의 증여세를 일단 부담하게 된다.
이후 조부모로부터 1억원을 증여받게 되면 증여공제 5000만원은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때 이미 사용했으므로 공제없이 1억원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된다.
조부모 1억원에 대해 증여세율 10%를 적용하되 30%를 할증하니 13%의 증여세율이 적용되어 13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총 2억원의 자금을 증여받으면서 18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조부모로부터 먼저 증여를 받게 되면 어떨까.
이 경우 증여공제 5000만원을 차감한 5000만원에 대해 13%인 650만원의 증여세를 일단 부담하게 된다.
이후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1억원에 대해서는 10%인 1000만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되므로 총 1650만의 증여세를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증여의 순서 적용이 달라지면서 150만원의 증여세 차이가 발생한다.
손자 손녀는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을 상속해 줄 방법이 없다.
물론 유언을 통해 상속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살아있을 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 손녀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10억원 종잣돈 만들기 증여를 해보면 어떨까?
유찬영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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