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경제정보(부동산,주식 ,생활정보)

"개혁 시급한 국민연금…보험료율 매년 0.5%P씩이라도 올려야"

짱조아 2 2023. 2. 20. 05:50
반응형

월요 인터뷰 - '연금개혁 산증인'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정부가 연금개혁 미적미적

2030 미래 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

소득 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이 담당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 필요

與野 공개 꺼리는 '1500조 미적립부채'

공개만 해도 연금개혁 7부 능선 넘어

연금 개혁 전문가인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김영삼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7개 정부에서 이뤄진 연금 개혁 관련 논의에 모두 참여했다. 그는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라도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어떤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포퓰리즘적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국민연금이 그렇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답은 단호했다.

그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단행한 2차 연금개혁 이후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를 “전형적인 포퓰리즘 제도”로 규정했다.

이어 “이런 제도를 바꾸려 하지 않는 정치인은 포퓰리스트나 다름없다”며 날을 세웠다.

최근 발표된 5차 재정추계 시산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점은 5년 전 4차 추계 당시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5년 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조차 가정하지 않은 출산율 0.7명대가 현실이 된 결과다.

윤 연구위원은 올해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계기로 꾸려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와 정부가 주도하는 5차 재정계산위원회에 모두 참여하며 연금개혁 최전선에 있다.

▷연금개혁이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까.

“국회나 정부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국회 연금특위엔 기대할 게 별로 없습니다.

최근 민간자문위원회에 정치적으로 민감할 구체적 수치를 보고서에 담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연금개혁에서 숫자를 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는 4월까지 도출한다는 국회안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는 것뿐일 공산이 큽니다.”

▷정부도 의지가 없습니까.

“출산율이 0.7명으로 떨어진 비상사태인데 왜 연금개혁 스케줄은 10년, 20년 전과 똑같을까요.

진짜 할 생각이 있었다면 정부안을 10월이 아니라 4~5월에 내고, 올해 법 개정까지 추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이 특위를 시작할 때 지금이 여소야대 국면이라 오히려 연금개혁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얘기했는데도 이렇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든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는데 말이죠.”

▷연금개혁 지금 꼭 해야 하나요.

“70년 뒤 최소한 1년 치 연금을 지급할 정도로 국민연금재정을 맞추려면 2025년에 당장 보험료율을 17.86%로 올려야 합니다.

5년 전엔 16.02%였는데 1.84%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룬 대가가 미래 세대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연금특위에서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합의는 정치인들이 안아야 할 책임이지 전문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연금개혁을 하려면 연금이 처한 현실과 경제·사회적 여건에 대한 ‘팩트(fact)’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지금 연금개혁 관련 위원회들은 재계와 노동계 등 각 이해관계 집단이 추천한 사람들이 모여 자기 얘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떤 팩트가 필요한가요.

“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 ‘미적립부채’만 공개해도 연금개혁의 7부 능선을 넘는다고 봅니다.

미적립부채는 연금충당부채에서 기금을 뺀 금액으로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를 내 부담해야 할 금액입니다.

정부는 국가가 사용자가 아니란 이유로 국민연금 미적립부채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국가부채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을 약속한 공무원·군인연금만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소득대체율 40%냐, 50%냐가 논란입니다.

“현재 40% 소득대체율은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대체율 40%와 50%는 철학이 완전히 다릅니다.

중재안으로 나온 45% 중재안도 정치인이야 좋아하겠지만 정답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려면 보험료율이 18% 수준까지 올라야 하는 마당에 소득대체율을 0.1%포인트라도 올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겁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일단 90년을 넘게 살아야 하는 시대에 27년만 일할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얘기일까요.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27년밖에 안 돼 소득보장이 부족하단 주장은 허구입니다.

1970년 출생자 기준 소득 하위 10%의 가입기간은 19.4년, 상위 10%는 34년입니다.

이렇게 가입자 간 격차가 큰데 평균에 맞춰 정책을 펼치면 안 됩니다. 건강이 허락되는 사람은 70세까지 일하고 그만큼 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금특위가 모수개혁은 정부에 미뤘습니다.

“되레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구조개혁 없이 제대로 된 모수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모수개혁이 이뤄지려면 국민연금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이 담당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구조개혁에 대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기초연금을 먼저 바꿔야 합니다.

2070년이면 중위연령이 62.2세가 되는 나라에서 소득하위 70%까지 기초연금을 준다는 것은 거의 자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일정 수준의 소득인정액으로 잘라야 합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도 끊어내야 합니다.

지금은 국민연금에 10년 이상 가입하면 기초연금을 최대 50%까지 삭감합니다.

취약계층일수록 국민연금에 가입할 유인이 없습니다.

대상자를 줄여 절감한 재원으로 20~30년 이상 장기 가입한 저소득층이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인센티브 구조를 새로 짜야 합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공적연금 재정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가가 부담하는 공무원연금 보험료 4.5%를 퇴직금으로 전환하고 이미 지급하고 있는 퇴직수당(민간 대비 39%)을 더해 국가가 0.6%포인트 정도만 추가 부담하면 민간 수준의 퇴직금 지급이 가능합니다.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더 부담하는 부분(4.5%)은 확정기여(DC) 방식으로 지급하면 됩니다.

공무원들이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2015년 공적연금을 일원화한 일본이 이 같은 방식을 썼습니다.”

▷세금 투입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적립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세금을 신설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엔 찬성합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자는 주장엔 반대합니다. ”

▷기금운용 측면에선 어떤 개혁이 필요합니까.

“기금 거대화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현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이면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1700조원을 넘어섭니다.

스웨덴 국가연금펀드(AP)는 2001년 연금개혁의 일환으로 기금운용조직을 5개로 쪼갰습니다.

국민연금도 투자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금을 분할하고 독립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과거 연금개혁 사례에서 되새길 점은 없습니까.

“1997년 국민연금 제도개선기획단이 생겼습니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지 10년도 안 됐는데 정부 스스로 개혁에 나선 겁니다.

이런 토대가 있었기에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급여율을 60%로 낮추고,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높인 1차 연금개혁이라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제안할 것이 있다면.

근본적 개혁을 못 할 것이라면 ‘응급조치’라도 해서 시간을 벌어줘야 합니다.

진짜 개혁 의지가 있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당장 내년부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매년 0.5%포인트씩이라도 보험료율을 올려야 합니다.


윤석명 연구위원은 정치권에도 쓴소리 마다않는 26년 연금전문가


윤석명 연구위원은 1997년 미국 텍사스A&M대에서 미국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26년간 연금 연구에만 천착했다.

김영삼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7개 정부에서 이뤄진 연금개혁 관련 논의에 빠짐없이 참여한 ‘산증인’이다.

‘연미남’(연금에 미친 남자)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국내 대표적 연금개혁론자이자 연금재정안정론자로 꼽힌다.

국책연구원 소속임에도 정권과 관계 없이 정부, 정치권에 쓴소리를 많이 하는 강골 스타일이다.

세계은행(WB)과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의 한국연금전문가로 활동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연금권고안을 만드는 작업에도 20년 넘게 참여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기자 프로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