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은퇴족'에게 배우는 자산관리원칙
최근엔 인기 시들하지만 배울 점은 많아
목표 설정과 소득 확대·지출 통제 핵심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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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해 은퇴자산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원래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유행이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유동성 장세 속에 자산가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았습니다.
파이어족이 무조건 은퇴 후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겁니다.
물론 최근에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모두 하락기를 겪으면서 한물간 용어가 됐습니다.
그러나 자산관리 관점에서는 여전히 파이어족에게 배울 부분이 많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산관리 기본 구조와 그에 따른 4가지 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
①자산관리 목표에 집중하라
파이어족은 조기은퇴를 위해 적립해야 할 자산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면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목표를 설정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칩니다.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금연이나 다이어트는 잘 모르겠지만 자산관리 측면에서 목표 설정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적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결혼 직후 대부분의 자산이 집에 묶인 상태에서 '3년 안에 금융자산 1억 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월급에서 무조건 절반 이상을 저축하면서 보너스 등 부가 급여까지 모두 모아갔습니다. 처음 계획할 때는 쉽지 않아 보였지만 2년 반을 조금 넘어 목표를 달성한 기억이 있습니다.
자산관리 여부에 따른 순자산 비교. 그래픽=강준구 기자
목표를 설정하면 달성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작용을 합니다.
목표가 없었다면 부가수입 등은 소비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만큼 자산 적립은 늦어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중산층 대상으로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는 그룹과 하지 않고 있다는 그룹의 자산관리 상황을 설문을 통해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전자가 후자보다 더 많은 순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이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연령대와 소득그룹별로 구분해 봐도 자산관리를 하는 그룹의 상황이 항상 더 나았습니다.
자산관리는 조건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목표를 가지고 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은 결과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자산을 얼마나 모아야 파이어족이 꿈꾸는 조기은퇴가 가능할까요? 미국 파이어족을 예로 들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한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목표로 삼습니다.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0억 원(4,000만 원x25)을 모으면 됩니다.
이 자산으로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해 연 5~6% 수익이 나면, 매년 4% 정도는 생활비로 사용해도 물가상승률과 시장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해당 금액이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핵심은 목표를 반드시 설정하라는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하는 자세는 자산관리의 올바른 출발점입니다.
②소득을 증대하라
자산관리는 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한 저축 여력을 자산으로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자산이 부족한 경제생활 초기에는 확보할 수 있는 인적 소득이 관건입니다.
가능한 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 방법은 자기가치를 높여 연봉을 올리는 것입니다.
웬만한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면, 인적 소득만으로 단기간에 목표 자산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부업을 통한 추가 소득으로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부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고 발품을 팔기보다, 그 시간에 추가 소득을 만드는 방법이 자산관리에 더 효과적입니다.
실제 미국의 대다수 파이어족은 본업을 유지하면서 블로그나 유튜브로 광고 수입을 얻고, 사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입니다.
외벌이라면 맞벌이를 하는 방법도 소득을 늘리는 비교적 쉬운 방법입니다.
혼자서 버는 것보다 둘이 버는 것이 낫기 때문이죠.
다만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맞벌이 가구는 소득 수준이 높지만 두 사람 모두 사회활동을 하기 때문에 지출 수준도 높습니다.
한편 가구소득이 높다고 인식되면 소비에 전반적으로 관대해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축 여력이 외벌이 가구와 별 차이가 없게 될 수 있습니다.
맞벌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지출을 꼼꼼하게 통제하고, 저축 여력을 최대한 가져가야 합니다.
미혼이라면 결혼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자산관리 관점에서는 결혼은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미리 준비해 놓고 결혼하겠다는 생각들이 많은데 어차피 자산관리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정을 꾸리면 자녀 양육 등 비용 걱정이 앞서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목표로 하나씩 챙겨가다 보면 오히려 자산관리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③지출을 감소하라
파이어족들은 소득의 70% 이상 저축하기 위해, 극도로 절약하고 절제하는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30대 가구의 평균 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한 저축 여력은 34% 정도인데 지출은 더 줄이고, 저축 여력을 2배 이상 가져가야 70% 정도 저축이 가능합니다.
보통 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식료품과 기타 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존 소비지출을 크게 줄이는 것은 생활방식 자체를 전면 개조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파이어족을 꿈꾼다면 지출 습관을 반드시 점검하고 계획적인 지출관리가 필요합니다.
주요 지출 항목을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불필요한 지출은 과감하게 줄여 나가야 합니다.
효과적 지출 통제를 위해서 '선(先) 저축 후(後)소비 전략'을 추천합니다.
목표한 자산을 만들기 위한 저축액을 정한 뒤 먼저 실행하고 나머지 금액을 현재 자신의 적정 소비수준이라 생각하고 맞추어 사는 겁니다.
파이어족이 아니더라도 경제생활 초기에 최소한 소득에서 통제하기 힘든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50%는 저축해 가기 바랍니다.
물론, 소비지출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도한 지출 통제는 삶의 질 측면이나 사회관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경제 역량에 알맞은 합리적 지출은 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삶의 질만 생각하지 말고 인생 전체에 대한 삶의 질을 생각하고 지출 관리를 하기 바랍니다.
그래픽= 강준구 기자
④자산수익을 창출하라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운용하는 방법에 따라 목표 자산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매년 4,000만 원을 저축해 10억 원을 준비한다는 목표를 세울 때, 수익률 0%를 가정하면 25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연평균 수익률이 3%라면 19년 정도로 줄어듭니다.
5%라면 16.7년, 7%라면 15년, 10%라면 13.2년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준비기간이 줄어듭니다.
수익률 1% 상승 시 자산 목표 달성이 1년 이상 빨라지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물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높은 기대수익은 높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위험 대비 수익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투자 성향과 재무 목표에 맞는 방법으로 투자를 실천해야 합니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등 투자 원칙을 지키고, 변동성을 감내하면서 연 수익률 10% 안팎을 목표로 하는 자산관리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달성 확률이 꽤 높습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를 앞당기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워 집중하고, 소득을 늘려 저축 여력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하여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려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조기은퇴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파이어족의 자산관리 방법을 실천해 나간다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앞당기고 안정된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부자 될 결심이 있다면 ‘자산관리 FIRE족’이 되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