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경제]
에코프로株, 올해 332%나 상승
개미들 “지금이라도 살까” 고민
증권사들 상반된 보고서 내기도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있는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나만 안 들어갔나, 에코프로.”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는 국내 증시에서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스닥 아이돌’이라고 불린다.
나 혼자만 큰 흐름에서 소외된 것 같은 불안감을 뜻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까지 호소하는 투자자도 있을 정도다.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같은 날 목표가를 상향하는 보고서와 투자의견을 내린 보고서가 동시에 발간되고 있다.
코스닥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매니저들도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할 만큼 에코프로의 주가 추이는 이미 예측불허의 영역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네이버 시총 제친 3형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서만 331.82% 상승했다.
에코프로비엠은 과거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상승세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시장 관계자들도 많다.
2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통해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뜻한다.
가까운 예로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2차전지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차의 성장세가 2차전지 성장의 동력이다.
국내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134조5500억원)이 2차전지를 생산하는 대표 업체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에코프로 그룹은 자회사 5개를 거느리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대기 환경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에코프로의 상승세가 이례적인 것은 ‘가벼운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에코프로비엠(21조9500억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12조2900억원)는 2위 기업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코스닥 시총 48위 기업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을 웃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35조3000억원이 넘는다.
코스피 시가총액 9위인 네이버를 가볍게 제치고 8위인 현대차를 바짝 뒤쫓는 모양새다.
美 IRA가 기름 부었다
국내 개인 투자자는 전기차 생태계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이들이 많다.
서학 개미 순매수 1위에는 항상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차지한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지속성 등이 꼽힌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에코프로 그룹 주식을 사들인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에코프로 주식 1조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모두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비엠도 개인이 약 7650억원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매수 규모만 다를 뿐 개인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이 투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6400억원, 영업이익은 6130억원이었다.
2021년보다 각각 280%, 610%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증권사 전망치를 모아 평균을 낸 수치는 매출 8조1700억원, 영업이익 9500억원으로 각각 전망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까지 전망되면서 개인 투자자의 믿음은 더 견고해졌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양·음극활물질이 광물로 분류돼 무조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해소된 탓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등으로 주가 조정 가능성은 있으나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며 “IRA 불확실성이 해소돼 다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판 회사’도 뛰어들었다
반면 2차전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져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이 대표적으로 거론하는 사례는 자이글이다.
자이글은 고기를 굽는데 사용하는 전기 불판을 만드는 업체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2차전지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최근 5일 상승률만 72.57%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무려 580.95%다.
자이글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50억원에 영업적자 27억원이었다.
영업적자였다. 최근 한 달간 전기 불판이 날개 돋친 듯 팔릴 이유도 없다.
2차전지 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상승했다는 뜻이다.
에코프로에 대한 사실상의 매도 리포트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한 단계 내려 잡았다.
한 연구원은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도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서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쟁자들의 증설 경쟁도 부담 요소로 꼽았다.
기관도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2차전지주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에코프로의 경우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다는 시장의 루머도 있어 함부로 ‘숏(하락에 베팅)’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며 “과열 여부와 상관없이 코스닥 펀드라면 에코프로가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담아버리는 게 편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펀드가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수 기자(gs@kmib.co.kr)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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