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저희 아이가요, 요즘 통 밥을 잘 안 먹어요.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병원에 데려가봤더니 관절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활동량도 줄어들고 밖에 잘 나가지 않나 봐요.
일단 관절 보호도 할 겸 푹신한 놀이매트랑 건기식(건강기능식품) 추천 좀 부탁드려요.”
유아와 펫 용품을 모두 다루는 ‘쁘띠메종’에 걸려온 전화다.
상담원은 처음에 유아가 있는 가정인 줄 알고 제품을 추천했다.
돌아온 대답은? “저희 아이는 6살 미니푸들이랍니다”였다.
권은정 쁘띠메종 대표는 “딩크족(자녀 없이 사는 부부)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들이는 일명 ‘펫팸족(펫과 가족을 합친 신조어)’이 많아져 ‘아이’라는 표현을 혼동하는 해프닝이 잦아지고 있다”며 “그래서 유아 전문 커머스에서 펫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쁘띠메종은 지난해 펫 사업을 강화하고 ‘위아펫’이라는 플랫폼을 시작해 1년 만에 매출액 50억원을 돌파했다.
장면 2. 지난해 IPO(상장) 시장은 얼어붙었다.
그 와중에도 상장하는 회사를 두고는 ‘대단한데~’라는 인식이 따라붙었다.
유기농 펫 사료 전문 ‘오에스피’가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증시가 어렵다 해도 당당히 입성, 당시 공모가(8500원)를 넘어 주가가 형성되기도 했다.
강재구 오에스피 대표는 “고금리, 경기 침체 등 부정적인 이슈가 많았지만 펫 산업 시장만큼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주변 기대 덕에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며 “안전성과 품질이 보증된 고급 사료, 간식을 먹이려는 ‘펫셰프(Pet-chef)’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정에 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 진화하고 있다.
KB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48만가구, 사람 수로는 1448만명에 달한다.
덩달아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을 기록했는데 5년 만인 2020년 3조40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2027년에는 6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도 속속 참전
이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에서는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이 속속 등장, 고객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강아지를 입양할 때 동물등록증을 원격으로 등록해주는 서비스(페오펫)부터 유아, 청년기에 맞춰 사회성 교육을 해주는 유치원과 학원(펫치원, 개러리아, 하울팟), 펫 가전을 사면 각종 관련 제품 할인은 물론 상조, 보험 가입까지 연결해주는 멤버십 서비스(삼성전자, 쿠쿠전자, 텐마인즈) 외에 사람에 버금가는 장례 서비스(21그램)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펫 시장이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종전 중소기업 일변도던 시장에 대기업이 참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GS리테일이 돋보인다. GS리테일은 관련 스타트업 투자부터 M&A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8년 반려동물 커머스 어바웃펫을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는 IMM과 손잡고 국내 1위 커머스 펫프렌즈를 공동 인수했다.
펫프렌즈는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어바웃펫도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 매출 100억원을 넘기면서 GS 패밀리사 시장점유율은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GS리테일은 반려동물 장례 업체 21그램, 사료 업체 펫픽, 동물병원 경영지원 브랜드 ‘벳아너스’ 등 관련 스타트업에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외국 업체에 시장을 내줬던 사료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 약진이 두드러진다.
재계 서열 27위 하림그룹이 2017년 가축용 단순 사료 사업을 넘어 하림펫푸드를 통해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하림펫푸드는 출범 초만 해도 매출액 약 2억원, 영업손실 34억원 정도(2017년)였다.
그러던 것이 2021년에는 매출액 286억원, 영업이익 약 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는 추가로 1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펫 가전 시장 역시 대기업 참전으로 들끓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제트봇 AI, 비스포크 큐브 에어 펫케어, 비스포크 직화 오븐(펫 간식 모드 탑재) 등 다양한 펫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더불어 펫 가전을 구매하고 펫팸족 맞춤형 서비스 ‘마이펫 플랜’에 가입하면 사료나 간식 등 펫 푸드 비용 부담을 낮춰주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전자 역시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펫 알파 오브제 컬렉션, LG트롬 세탁기·건조기 펫, LG코드제로 A9S 펫 씽큐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반려동물 털을 깨끗이 말리거나 털어주는 ‘펫 스타일러’ 개발도 완료, 조만간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쿠쿠전자(넬로 에어샤워, 드라이룸), 위니아(펫 전용 공기청정기 ‘퓨어플렉스’) 등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뷰티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펫 전용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앞세워 관련 사업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물론 펫 산업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e커머스나 사료 쪽이 아니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영세성 극복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초창기다 보니 관련 통계가 잘 갖춰지지 않아 펫 보험 같은 상품도 시장 안착에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반려견 시장은 동물등록증 의무화가 됐지만 그 밖의 동물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제도권 내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 정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8호 (2023.03.01~2023.03.07일자) 기사입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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